Ten to One 10개의 키워드로 만나는 아티스트

마키나는 혼자다

자유롭게 순간을 기록한다.

machìna

“도쿄를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는 전자음악가이며 애주가.” 술 냄새가 나는 음악은 아니지만, 뭔가에 홀린 듯 취하게 된다는 점에서 간단하고 적절한 소개다. 그는 길게 말하기보다 음악을 한 번 들어보라 권하는 음악가다. 특정 술을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 몰라도, 그 맛은 감각이 기억하듯. “순간을 캡처하는 거예요. 지금 공간일 수도 있고, 제 맘, 이 소리, 저기서 들어오는 햇살. 언어는 우리의 편리를 위한 도구일 뿐, 순간에서 느끼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계는 원래 말이 없다.  

K-POP

‘케이-힙합’, ’케이-하우스’ 대신 마키나는 진짜 케이팝을 만들고 부른 적이 있다. UCC와 디지털 싱글의 시대, 진작부터 유튜브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정식으로 음원도 냈다. “저한테 맞는 옷은 아니었어요. 자유가 필요한 사람이라. 하지만 지금 일하는 데 그 소중한 경험과 훈련이 엄청난 도움을 줘요.” 마키나는 과거를 거부하기보다 모든 흐름이 자연스러웠다고 말한다. “전 ‘드리머’에요. 아직도 그리고 영원히. 맹렬하게 뭔가를 원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방향이 다를 뿐.” 

archipelago

“제 음악적 정체성의 문이에요.” 섬이 모여 문이 됐다. 군도라는 뜻의 <archipelago>엔 열 개의 섬이 있다. “정체성을 모르던 상태에서 한 곡씩 만든 거예요. 그걸 묶어서 <archipelago>를 만든 순간, 문이 된 거죠.” 섬을 묶는다고 대륙이라 부르진 않지만, 통칭의 근거는 필요하다. “모듈러를 비롯해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쓰면서 여러 아이디어가 생겼죠. 처음으로 내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확신은 작업이 아닌 완성에서 왔다. 문을 발견했다 말하지 않고, 문 그 자체라 표현하는 이유다. 확인하려 두드릴 수도, 두드린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archipelago>는 몰두하는 전자음악가의 새로운 데뷔 음반이다.  

Willow

스스로 세운 문을 열고 신보 <Willow>를 만들었다. 확신이 있기에 명확해졌다. “완벽히 콘셉추얼한 음반이에요. 시간과 공간과 아직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어요.” 그 감정의 핵심엔 불안이 있다. “말로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불안하죠. 사람들이 불안은 자꾸 안 보려고 하잖아요. 불안도 행복처럼 내 것인데. 그 불안과 하나가 되는 일에 대한 이야기에요.” 마키나는 내래이션을 읊고 노래하지만 설명하지 않는다. “추상적 가사에요. 제가 들려주고 싶은 단어와 사운드의 조합에 가깝죠. 자꾸 정의하려 들기보다 서로 이해하기 위한 장치 같은.”   

IMPROVISATION

“<Willow>는 집에서 하드웨어 다 켜놓고 즉흥 연주한 걸 녹음한 뒤에 편집한 거예요. 순간을 캡쳐한다는 말 딱 그대로.” 수치보다 노브와 친한 하드웨어, 특히 아날로그 악기를 사용하는 전자음악가에게 우연은 매력적 요소다. 모듈러 신시사이저의 자유도 또한 그런 의외의 발견에 적합하다. “어떤 소스에 솔로를 걸 것인지 선택할 수 있으니까, 계산된 즉흥인 거죠.” 밴드 리더가 연주자를 호명하면 한동안 맘껏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듯, 모듈러 신시사이저 각자의 파트는 마키나의 지시에 따라 ‘랜덤하게’ 소리를 낸다. “노래도 다 한 번에 나온 멜로디에요. 고치려 해봤는데, 처음에 한 게 결국 제일 좋더라고요.” 자신에게도 예외는 없다.  

 

빈티지

그에겐 오래된 물건이 많다. 빈티지 옷, 빈티지 카메라, 빈티지 가구 그리고 무엇보다 빈티지 악기. “흠집이 있는 의자에는 그 흠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게 나한테 왜 왔을까, 생각해보는 거죠. 그런 과정이 절 매료시켜요.” 그로부터 마키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덧씌워진다. 빈티지는 오래된 동시에 곧 살아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완전히 부서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새 주인을 만나게 되는 일. “제 음악도 내 여러 물건처럼 몇십 년이 지나도 계속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해요.”   

다이어리

“모든 가사가 다이어리에서 나와요.” 마키나는 일기를 쓰고, 때로 떠오르는 생각을 쪽지에 메모한다. 모든 기록이 가사로 변모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되살릴 땐 내용뿐 아니라 그 형식도 포함한다. 글씨체, 글씨 크기, 글씨의 떨림, 종이와 여백까지. 상황과 더불어 언어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다. “나만의 공간이니 가장 솔직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일본에 있다 보니 한국말이라 아무도 못 알아보죠. 진짜 별말 다 써요.”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웬 떡’이라고 크게 썼다. “동면 된 계좌에 돈이 들어와 있더라고요. 저작권료일 거예요. 서프라이즈. 그런 거 은근히 설레요.”  

VOCAL

보컬로 경력을 시작했다. 전자음악가로서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곡에 노래를 입힌다. “여전히 제 음악의 중심이에요. 예전엔 보컬이 앞섰다면, 지금은 스캣하듯이 가사를 입혀요. 그러면 완성됐다는 느낌이 들죠.” 모호해도 분명한 가사가 있기에, 그가 말하는 스캣은 형태보다 방식에 가깝다. “사운드에 어울리는 톤을 찾는 작업이 가장 중요해요. 무드를 만드는 거죠. 신시사이저의 파형을 공들여 정하는 것과 같아요.” 사람의 귀는 그 무엇보다 목소리 대역의 주파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 혹은 진화했다.   

23

마키나는 모듈러 신시사이저로 라이브를 한다. 모듈러 신시사이저는 구성에 따라 집채만한 크기로도 짤 수 있다. 라이브를 위해서라면 재구성이 필요하다. “정확히 23킬로그램에 맞춰요. 웬만한 비행기를 탈 때 다 허용되는 무게죠. 제 소망이 담긴 숫자예요. 공연에서만 느끼는 기운이 있고, 그걸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많은 곳에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고 싶은.” 구성이 간소할수록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그렇게 속속들이 더 잘 알 수 있다. “부족한 게 좋아요. 모듈러는 끝이 없잖아요. 늘릴 생각은 없어요. 줄이면 줄였지.” 그 최대치 혹은 최대효율은 마키나의 라이브에서만 만날 수 있다. 

도쿄

도쿄 5년 차, 마키나란 이름과 정체성을 찾기 전부터다. “(김)여희에게 마키나의 도시. 마키나의 음악이 도쿄에 어울리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저를 찾게 해준 도시인 건 확실해요. 고립돼 있었고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됐죠.” 고립과 자유는 꽤 먼 개념 같지만, 도쿄라는 독특한 도시가 그 거리를 좁혔다. “혼자가 됐는데, 아무도 뭘 하라고 시키지 않는 거예요. 자기가 정해야 하는 거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한국에서는 그런 적이 드물었어요. 지금도 원하면 계속 혼자일 수 있죠.” 도쿄에 마키나가 산다.

CREDIT 글/ BUDXBEATS 편집팀, 사진/ BUDXBEATS 편집팀, ’23’ 사진 출처 FNMNL, ‘IMPROVISATION’ 사진 출처 MUTEK.JP - Oct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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