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to One 10개의 키워드로 만나는 아티스트

말립과 워크맨십은 시작했고
뻗어나간다

앨범 <Sustain>으로 뭉쳤다.

PRODUCERS

워크맨십은 2014년에 결성된 송재영(드럼), 깐돌(퍼커션), 정구선(베이스), 윤갑열(기타), 조승연(키보드), 이병도(키보드) 구성의 힙합 세션 밴드다. 말립이 그들과 함께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의아하기도 자연스럽기도 하다. 의아한 것은 각자의 방향과 영역이 달랐기 때문이고, 자연스러운 것은 360 사운즈나 힙합 같은 공통적인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만나는 것은 공히 프로듀서의 입장이다. 이 아티스트와 음악에 무슨 배경과 사연이 있었던, 과거가 아닌 지금에 집중하려는 의지다.​ 

360 SOUNDS

워크맨십의 드러머 송재영과 말립은 360 사운즈가 운영하는 레코드 숍 룸 360에서 처음 만났다. 송재영이 룸 360을 맡고 있던 어느날, 말립이 찾아와 무작정 일을 시켜달라고 했다. 그의 방문은 3일간 이어졌다.

360 사운즈는 “360가지 음악을 플레이한다”는 모토로 시작된,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크루 중 하나다. 두 사람이 만나 격 없는 대화를 나누며 이 앨범 <Sustain>을 구상하기 이전에 360 사운즈가 있었다. 길고 긴 시작이다. 말립이 말한다. “저한테 360 사운즈는 아직도 제일 멋있는 사람들이에요. 여전히 제일 영리하고, 여전히 음악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 

HIPHOP

워크맨십은 수 년째 힙합 아티스트의 세션, 공연 섭외 1순위다. 빈지노, 박재범,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 스쿨 같은 ‘빅 네임’과 모두 작업했다. “‘용병’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달까요.” 송재영은 말한다. 한편 말립이 보기에 “힙합은 가장 멍청한 음악”이다. “구상하고 계산해서 하는 게 말이 안 돼요. 정확히 어떤 리듬, 음계가 중요하다기보다 본능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텍스처’를 찾아가죠.” 워크맨십의 퍼커셔니스트 깐돌이 덧붙였다. “우리는 정답을 연주해요. 하지만 말립은 편견 없이 음악에 접근해요.” <Sustain>은 누군가에겐 힙합으로, 누군가에겐 전혀 다른 뭔가로 들릴 수 있다. 어느 쪽이든, 1970년대 브롱스에서 시작된 이 음악이 2019년, 한국에서 어디까지 뻗어나갔는지 Sustain를 볼 수 있을 것이다.​ 

SAMPLING

말립은 모든 작곡을 샘플링으로 시작한다. 과거의 음악을 새로운 음악의 재료로 삼는다. 가수 조용필이 “노래에서 노래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 것과 방법은 다를지언정 자세는 다른것 같지 않다. 워크맨십은 이 앨범을 밴드라기보다 프로듀서처럼 작업했다고 말한다. “말립이 TR-808 드럼 머신으로 작업한 곡에 어쿠스틱 드럼을 입혔더니 느낌이 확 바뀌어요. 그래서 키보드, 기타 라인도 새로 녹음해보는 식인 거죠. 보통 밴드는 합주를 하면서 곡을 완성해가는데, 이 앨범은 합주가 없었어요. 말립의 곡을 가이드 삼아 계속해서 녹음하면서 우리의 음악을 찾아갔어요.” 샘플링의 샘플링이라고 부르는 건 무의미하다. 작곡의 작곡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SUSTAIN

사전적으로 “살아가게 하다”, “지속시키다”라는 뜻이다. 말립의 음악적 경험에 기반하는 단어다. “음악 틀면서 몇 번 그런 적이 있어요. 내가 객체가 되고 음악이 주체가 되는 듯한 순간요.” 계약도 목표도 참고목록도 없이 시작한 앨범이었다. 단지 4개월 동안 매주 하루씩, 여섯 명의 음악가가 모여 일정하게 작업했고, “일관된 건 악기 소리밖에 없는” 우연하고 즉흥적인 선택을 거쳐 말이 아닌 음악으로 합의된 결과를 도출했다. ‘Sustain​’​은 음악이 가진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존경의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프로 연주자

유명 아티스트의 백 밴드. 흔히 ‘세션맨’이라고 불린다. 워크맨십의 멤버 누구도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송재영은 말한다. “앨범을 내지 않으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세션맨’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았어요.” 워크맨십을 결성하기 이전부터 꿈꾸었던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 대부분과 이미 작업했고, 그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연주자 워크맨십에서 아티스트 워크맨십으로 확장하고자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와중이었어요. 말립이 30곡 정도를 가지고 와서 들려준 게 그즈음이죠.”​ 

MUSIC BUSINESS

“한국에서 연주자가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대개 두 가지예요. 뮤지컬을 하거나 레슨을 하거나. 레슨만 해서 먹고 살 거라면 한 달에 최소 10~15명은 해야죠. 밴드가 오래가지 않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돈을 벌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아요.” 송재영은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워크맨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술자’가 존경은커녕 천대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워크맨십은 완벽한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가 프론트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창조적인 기술자이고자 했다. “말립과의 작업이 정말 재밌었던건 돈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야망

“음악이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죠.” 송재영은 워크맨십을 전부 혹은 아무것도 아닌 환경으로 몰아넣었다. 절박하게 매달리지 않으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워크맨십이라는 회사를 꿈꾸지만 아직 팀이죠. 젊은 친구들이 꾸려가는 워크맨십이 하나 더 있거든요. 제가 죽어도 이 이름이 계속 이어지게 하고 싶어요.” 말립이 이름에 거는 뜻도 직선적이지는 않을지언정 크다. “예전에는 델로이 에드워즈 Delroy Edwards가 되게 바보 같이 음악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더 영리한 것 같아요. 그 바보 같은 음악이 하나의 성격이 되고 흐름이 되더라고요. 제가 지금보다 유명해지고 나서도 지금처럼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한다면 한국에서도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PUPPY RADIO

“여러 가지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굳이 음악가, 디제이 같은 범주에 개의치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그림이 있었다. “‘말립을 통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기를 바라요.” 자신이 하나의 ‘허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퍼피 라디오’다. 송영남, 허키 시바세키와 함께 호스트를 맡아 매주 음악가 혹은 음악과 밀접한 관계자를 초청해 라디오 쇼를 진행한다. 퍼피 라디오는 한국의 어떤 매체도 소개하지 않는 당장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인사이더’로서 가장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에서 유익하며, 아티스트의 선택과 배제가 분명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허브’는 물론 매체로서도 충분해 보인다. ​ 

과정

말립의 앨범은 그의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잘 알려져있지 않다. BAD JOYSCOUTT의 프로듀서였고, 우원재와 함께 앨범 <Stretch>를, 윤키와 함께 <Instant Fossile>을, 솔로 앨범<Colana>를 냈지만, 정식 유통을 거치지도 않았고 별다른 홍보, 마케팅도 없었던 탓이다. “제 음악을 제대로 유통하는 게 좀 오글거렸어요. 제 관심은 제 음악을 더 많은 사람이 듣는 것보다는 매번 새로운 스토리를 만드는 데 있어요.” <Sustain>에서 써내려간 스토리는 ‘과정’이다. 음원 발매를 목표로 밴드와 함께 전문적인 음악 작업을 거쳐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 “매주 작업실 가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싱싱한 ​‘​스토리’​​​가 여기 있다. 

CREDIT 글/ BUDXBEATS 편집팀 사진/ BUDXBEATS 편집팀, 이윤호 - Sep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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