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Sound 작가, 사진가, 미술가, 다른 창작자의 관점으로 본 아티스트

영화감독 김남석은 신세하의
고유한 멋을 믿는다

다만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면 안 된다.


 

누군가의 조급한 모습은 멋이 없다. 자신을 쉽게 드러내는 것 또한 멋이 없다. 신세하는 조급하지도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데프트 펑크의 첫 앨범 의 첫 트랙 “Daftendirekt”를 들어보면, 그들이 절대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리스너들의 귀를 공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소 얄미로울 정도로 여유롭게 말이다. 역시 신세하의 첫앨범 <24Town>의 첫 트랙 “Youth”의 전개를 잘 들어보면, 그는 조심스럽고 조금은 수줍은, 혹은 “신세하스러운” 스텝으로 리스너들에게 다가가는데, 그 모양새가 조급하지도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천천히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이 곡에 담고 있는듯한데, 사심을 조금 넣어 비교하자면, 신세하의 “Youth”는 데프트 펑크의 “Daftendirekt”와 속도를 같이 한다.

2015년 봄, 당시에 나는 사라예보에서 학교에 다니며 첫 장편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집에서 우연히 신세하의 “맞닿음” 그리고 “내일이 매일”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게 되었고, 뭔가 야릇하고 묘한 인상을 받았었는데,타지에서 맡은 그 당시 “요즘 서울 냄새”는 사라예보와 서울이 만든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다. 작년에 오메가사피엔의 “Let’s Go Beam”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데, 아마 내가 이 둘에게 공통으로 느낀 것은 각자의 고유함 또는 독특함일 것이다. 집단성이나 이상향을 쫓는 모습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고유함을 알고 그것에 의지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참 매력이고 멋일 것이다.

 

2016년 초, 서울의 젊은 세대들의 초상을 영화로 그려보고 싶었고, 그때 신세하를 다시 떠올렸다. 무작정 연락해 이태원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겨울 코트를 입고 나온 사막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가뮤직비디오에서 본 그의 뇌쇄적이고 다소 뻔뻔하기까지 한 눈빛이나 몸짓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을 코트 뒤에 꼭꼭 숨긴 채 내가 무슨 말을 하나 들어보려고 나온 예민하고 섬세한, 다소 내향적인 소년같았다. 의외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사실 내가 상상했던 그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던 첫인상이었다. 만일 그날 그가 “그 눈빛”을 장착하고 나왔다면, 나는 도리어 그가 시시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12 하고 24>는 신세하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 -뇌, 오존, 콴돌 등-의 초상을 그린 영화다. 시나리오도 계획도 없이 촬영을 시작했지만, 내가 처음부터 분명히 세운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이영화가 완성됐을 때 기존에 신세하를 알던 모든 사람이 그를 “완전히”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존에 만들어진 그의 이미지와 음악 세계 너머의, 혹은 그 주변의 다른 무언가를 포착해 영화에 담길 바랐고,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는 첫 만남 때 그 코트 뒤에 가려져 안 보이던 신세하의 다른 이면들이 생동하고 있다.

첫 앨범 이후 <7F, the Void>와 <Airway>를 거치며 신세하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양한 “상"을 보여줘 왔다. 그리고 새 앨범 <1000>은 그동안 순차적으로만 드러냈던 그의 고유한 빛깔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색과더불어 빚어 놓은 형상을 한다. 아리송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와닿는 그의 노랫말들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는 그동안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신에게 품었던 질문들을 잠시 삼킨 채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린 듯한데, 어쩌면 그가 다시 사막으로 숨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애써 그를 찾아 끄집어내려 하지는 말자. 그는 너무 적극적인 사람은 싫어한다.​ 

CREDIT 글/ 김남석(영화감독) - Nov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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