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Sound 작가, 사진가, 미술가, 다른 창작자의 관점으로 본 아티스트

마키나는 사이보그다

경험과 함께 진화한다.


 

김여희가 ‘마키나’로 펼치는 라이브를 본다는 건, 익숙하면서 낯선 것의 조합을 받아들이는 경험과 같다. 그는 진정한 팝스타의 침착함과 무대 장악력은 물론, 정통 뮤지션의 기술적 정확함까지 체득하고 있다. 한편 마키나의 음악은 어두운 곳에서 춤추기 위해 만든 ‘클럽 음악'의 거칠고 물리적인 느낌을 풍긴다. 매우 개인적이며 개성이 뚜렷하지만, 클럽 댄스 플로어 위의 활기찬 에너지 속에서 여럿이 함께할 때 가장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이질적 요소는 상반되는 듯 보이지만, 그와 그의 음악을 알아갈수록 점점 해소된다. 

 

‘마키나'란 이름을 들으면 두 가지 함의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간단히 그가 이용하는 기계다.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한 모듈러 신시사이저, 드럼 머신과 라이브를 위한 각종 아날로그 장비들. 이처럼 모듈러를 도드라지게 사용하는 건 전자음악계에서 (특히 여희가 활동하는 도쿄에선)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이사오 토미타나 YMO와 꾸준히 교류한 히데키 마츠타케 등 선구자들의 오래된 시도나, 최근 블라완과 더 블랙 독 등이 선보이며 인기를 끈 타협 없는 테크노가생각나게 한다. 여희의 음악적 스타일은 두 그룹 어느 쪽에 포함하기도 어렵지만, 모듈러의 특성을 줄곧 이용하고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이런 동시대 뮤지션들만큼 모듈러의 유별한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건 확실하다.

 

모듈러 신시사이저로 만드는 소리는 기술과 개인, 순간의 분위기라는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에 가장 우연한 창작물조차 그 변수가 다시는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이해 속에 진행된다. 모듈러의 이런 섬세함엔 일종의 낭만이 깃들어 있다. 설사 그것을 과격한 테크노 비트와 강렬한 애시드 라인을 만드는 데 사용하더라도 말이다. 복잡하게 엉킨 전선과 랙으로 구성한 세트업과 함께, 마키나의 라이브는 마치 모듈러 신시사이저의 그런 섬세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영롱한 목소리는 가녀림과 압도적 강력함 사이를 오간다. 그의 장비가 다이내믹 스펙트럼의 끝에서 끝 지점을 넘나들며 소리를 내듯.
 

기술 발전이 CD와 디지털 음원의 시대를 연이어 열자, 영국의 전설적 라디오 DJ 존 필은 “들어봐 친구, 인생엔 잡음이 있어”라며 오히려 바이닐의 장점을 거론했다. 이것은 모듈러 기술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사용자에게 더없이 편리한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모듈러 기술은 제어는커녕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인생의 모순을 상징한다. 인생엔 잡음이 있으며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즉,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것이 ‘마키나’의 두 번째 함의이며 그가 선택한 이름의 기원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일들. 여희보다 이 개념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음악가로서 그가 걸은 길이 수많은 변수로 가득했기에. 갑작스러운 균열에 적응하는 능력은 그의 라이브에서만 도드라지는 게 아닌, 음악가 마키나의 정체성 중 일부다.

 

여희는 광주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컸지만, 예술가의 길보다 안정적 직업을 권하는 부모님과 사회 통념 역시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여희는 앞으로 나아갔고, 음악 학교에 진학한 뒤 전문 음악가의 길에 들어섰다. 시작은 재즈에 대한 열망이었으나, 이후 거세지던 케이팝의 물결은 그를 주류 음악계로 들어서게 했다. 그 시기 즈음, 그는 음악 경력의 여러 변곡점을 경험한다. 첫째, 유튜브에 업로드한 레이디 가가 커버 곡이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세계적 관심을 받는다. 둘째, 당시 레이블의 권유로 일본으로 이주하지만 복잡한 계약 상황 때문에 사실상 좌초된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는다. 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여희는 마키나로 자신을 재창조하며 극적인 진보를 거듭한다.

 

몇 년이 흐른 지금, 그는 여전히 도쿄에 남아 마키나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했다. 마키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여러 ‘파트’가 합쳐진 사이보그다. 그의 작법은 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듯 신중하면서도 장난스럽다. 이런 특징은 자신감 넘치는 즉흥 모듈러 라이브에도 잘 드러난다. 목소리는 또렷한 동시에 음이 정확하다. 케이팝 가수로 엄격한 훈련을 받으며 갈고닦은 실력이다. 이렇듯 그의 모든 경험이 마키나의 음악에 녹아있다. 그러므로 그의 창작물은 경력의 새로운 챕터를 맞을 때마다 끊임없이 달라지고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계속해서 바뀌고 진화하는 마키나의 장비 컬렉션처럼.​ 

CREDIT 글/ Mike Sunda(음악 저널리스트) - Oct 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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